18/05/2026
10여 년 전, 제주에서 생애 첫 수술을 해보았습니다.
긴급수술이었던 자궁외 임신으로,
몸도 마음도 꽤 오랜 시간 아프고 시렸던 기억이 납니다.
그때 2cm도 채 안 되던 작은 자궁근종을 처음 발견해 꽤 오랫동안 추적 관찰을 해왔어요.
그러다 최근 바빠진 일정 탓이었는지 맹장염인 줄 알고 달려간 응급실에서 근종이 너무 커져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수술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. 사실 1년 전, 제주에서 수술을 결심했다가 잠시 미뤄두었던 시간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1년은 제게 참 값진 선물이었습니다. 운동과 식단은 물론, 일상을 대하는 태도까지 단단하게 바꿀 수 있었거든요.
그래서인지 이번 수술을 앞두고는 무섭고 두려운 마음보다, 오랜 짐을 덜어내는 듯 홀가분하고 개운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.
입원 전날, 무사히 돌아올 나 자신을 위해 집안을 깨끗하게 대청소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. 10년 전 제주의 낯선 병실에서는 참 많이 외롭고 회복도 더뎠는데, 이번엔 달랐어요.
아프고 예민해진 아내를 웃겨주려 온갖 레퍼토리를 동원하며 밤낮으로 곁을 지켜준 남편, 그리고 늘 다정한 응원을 보내주는 동네 친구들 덕분에 4박 5일의 병실생활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.
짧지않은 시간 병실에 있으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구요.
살다 보면 누구나 아프고 힘들지만,
그 시간을 짜증과 원망으로 채울지,
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채울지는
오로지 나의 선택이라는 것을요.
링거도 뽑고
피주머니도 빼고
한량처럼 어슬렁거리며 내일의 퇴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.
이 모든것 정말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.